
북한이 2018년 설치된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16일 폭파했다. 경기 파주시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는 “오후 2시 49분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군당국에 따르면 연락사무소 건물이 완파되는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은 지난 13일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폭파를 공개 경고했다.
연락사무소는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에 문을 열었다. 2005년 개소한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건물을 개·보수해 사용했다. 토지는 북한 소유지만 한국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건설비 80억원에 개·보수 비용 97억8000만원 등 180억원을 투자했다. 운영비 역시 2018년 9월부터 올해 책정된 예산까지 포함하면 160억원가량 들어갔다.
청와대는 이날 이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긴급소집했다. 군당국도 최전방 부대 지휘관들을 정위치시키는 등 군사분계선(MDL) 지역의 돌발 군사상황에 대비해 대북 감시·대비태세를 강화했다.
文 '협력 메시지' 다음 날…'평화 상징' 보란듯 파괴한 북한
남북관계 다시 빙하기 오나…北, 9·19 군사합의 파기 수순

대북 전단 날린 곳에서 훈련 준비하는 해병대 > 해병대 전차부대가 16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에서 훈련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월곶면은 지난달 31일 탈북단체가 대북전단 50만 장을 북한으로 날려 보낸 곳이다. 뉴스1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예고한 9·19 군사합의 파기를 한 단계씩 밟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에는 북한군이 남북 합의로 철수한 비무장 지역에 군 병력을 다시 배치하고, 남측을 향해 선동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남한 떠보기식’ 겁박을 넘어 서·동해 북방한계선(NLL) 또는 군사분계선(MDL) 내 의도된 군사 도발이 곧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군사도발 단계 밟는 北
이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김여정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조치로 협박한 단계별 대남 적대 조치 중 두 번째 단계다. 1단계로 지난 9일 남북 간 모든 연락·통신 채널을 단절한 뒤 1주일 만에 연락사무소 철거 조치를 이행한 것이다. 김여정은 13일 개인 명의로 낸 담화에서 “확실히 남조선과 결별할 때가 됐다”며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4·27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개성공단에 건설했던 연락사무소를 폭파할 것이란 사전 경고로 읽혔다.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는 북한이 다음 행동 단계인 9·19 군사합의 파기 및 군사도발에 나설 것이란 압박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감을 높여 대외 협상력을 높이고, 경제난으로 틈이 벌어진 내부 결속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연락사무소 폭파 철거는 즉흥적 결정이 아니라 위기감을 조성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세워둔 계획으로 봐야 한다”며 “개성공단 시설물 파기, 군사합의 파기 등으로 가는 수순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北, 개성에 군 전진 배치 추진

총참모부는 이어 “북남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에 군대가 다시 진출해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병력을 재배치하려는 후보지로 이날 연락사무소가 폭파된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 일대를 꼽았다. 북한의 군사 요충지 중 한 곳인 개성은 서울과의 직선거리가 39㎞에 불과해 재래식 장사포와 방사포 등을 동원한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 2003년 개성공단 착공 이전까지만 해도 개성공단 일대에는 2군단 소속의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이 배치돼 있었다. 금강산 역시 그동안 관광객들이 이용하던 남북 통로에 군 부대가 배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9·19 군사합의로 철거됐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가 다시 설치될 가능성도 있다.
○“징벌의 불벼락 안길 것”
북한의 군 병력 재배치 방침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 군사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행위를 금지한 9·19 군사합의 파기에 해당한다. 특히 김여정의 담화나 이번 총참모부의 입장문이 모두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실제 군사 행동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북한이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단계적으로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 관영·선전매체들은 이날도 대남 비방·막말 조롱을 쏟아냈다. 노동신문은 “철저한 보복전이 실행 단계에 들어가 이제 세계는 우리 인민이 남조선에 어떤 징벌의 불벼락을 안기는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문재인이 굴러들어온 평화번영의 복도 차버린 것은 여느 대통령들보다 훨씬 모자란 멍청이인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라는 댓글을 노출했다.
임락근/이정호/강영연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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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6, 2020 at 03:5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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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기어이 연락사무소 폭파…'판문점 합의'도 함께 불탔다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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