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24, 2020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노사정 합의 부결 책임지고 사퇴"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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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결국 24일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임시 대의원대회 이후인 이날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명환 위원장과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의 사퇴를 공식 밝혔다.

지도부는 입장문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합의 최종안 승인을 호소했으나 부결됐다"며 "예고 드린 대로 임기가 5개월 남짓 남았지만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지도부는 노사정 합의 최종안 승인 부결의 아쉬움을 표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지금 시기에 '해고 금지'나 '총고용 보장'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과거에 쓰인 레토릭보다 중요한 건 일자리 지키는 것이고 고용 유지"라고 집행부가 판단했으나, 이를 조합원에게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그간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 생긴 한계"라며 "(노사정 합의안에) 담론 수준으로 실린 단어를 두고 현장에서는 구체적 합의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됐고, 지도부가 그 구체화 방안을 충분히 현장과 소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특히 민주노총의 '해고 금지' 요구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관해 김 위원장은 '해고 금지'보다 중요한 건 '고용 유지'였다며 "최종 합의안에는 '고용 유지' 부분이 28번 반복됐다"며 "지금은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갖는, 실질적인 내용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저희가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민주노총을 차갑게 바라보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한달 간의 과정이 민주노총이 통증을 앓는 모습으로 비쳤을 수 있으나, 저는 민주노총의 성장통이었다고 확신한다"며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의 과제 해결에 의지가 없느냐면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입장을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민주노총이 노사정 합의안을 최종 부결 결정하면서 집행부의 총사퇴는 예고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8시 가진 임시 대의원대회 투표 결과, 대의원 1479명 중 1311명이 투표에 참여해 반대 805표(61.7%)가 나와 합의안 추인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자는 499명이었고 무효표가 7표 나왔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조합원 총회 다음의 의결기구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코로나19 고용 위기 대응을 위해 마련한 노사정 합의안 의결 여부를 묻는 자리였다. 하지만 집행부의 입장과 달리 지난 달 29~30일, 이달 1일까지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위원 다수가 합의안을 반대했다. 자본에 책임을 묻는 내용이 모호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 여부도 추상적 수준에서만 언급돼 노동자 보호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민주노총이 중요하게 제기한 '해고 금지' 조항이 노사정 합의안에서 빠지고 '고용 유지'라는 추상적 용어로 대체됐다는 점이 민주노총의 합의안 반대 주요 근거로 해석된다. 자칫 민주노총이 섣부르게 노사정에 복귀하면, 정부와 경영계가 주도하는 반 노동 정책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노총 내부에 확산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 1일로 예정된 노사정 협약식에 민주노총은 최종 참석하지 않게 됐다. 민주노총을 향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자, 김명환 위원장은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차원의 의사 결정체를 꾸려 노사정 합의에 나서기로 했다.

산별노조와 지역본부 대표가 중심이 되는 중집과 달리, 대의원대회는 조합원 전체의 대표격인 회의체다. 집행부는 중집에서는 전국회의 등 정파 중심의 목소리가 컸던 반면, 대의원대회에서는 특정 정파의 목소리가 희석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안 추인이 최종 부결되면서 집행부는 민주노총 내에서 설자리를 잃게 됐다. 집행부 총사퇴의 배경이다. 당초 이번 집행부가 2017년 말 당선될 당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의제로 내걸었던 만큼, 집행부가 민주노총을 이끌 근거가 사라졌다.

지도부는 민주노총 조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지도부는 "저희가 제안드린 것은 '최종안' 승인만은 아니"었다며 "이것을 디딤돌로 높아진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과 발언의 힘으로 취약계층, 사각지대의 노동자, 국민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자본, 노동의 책임을 다하는 실천으로 코로나19 재난 이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지도부는 아울러 "대한민국 최대의 공적 조직인 민주노총 혁신도 함께 제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지도부는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시각을 강조해 드러냈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취약계층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민주노총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도부가) 원포인트 노사정 합의안을 제안했으나 합의안의 미흡함으로 인해 대의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계속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하고, 코로나19 시대에 취약계층과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이제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최종안' 부결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분명한 민주노총의 갈 길을 만들 것"이라며 후속안 마련을 요청했다.

민주노총은 이르면 오는 27일 중집 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은 내부 갈등을 수습하는 한편, 기존 사회적 대화 복원의 길이 사라진 만큼 조직의 길을 새롭게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사회적 대화에 관한 반대 입장이 확인된 만큼, 투쟁 강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사회진보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민주노총 내 강경 정파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집행부의 준비 부족도 꼬집었다.

사회진보연대는 민주노총 집행부가 제대로 된 요구안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적 대화부터 덜컥 제안"해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며 이 같은 파국은 "위원장의 개인적 욕심이었고, 현 집행부가 출범 때부터 보인 친정부 행태의 연장선"이었다고 지적했다.

사회진보연대는 아울러 합의안 반대를 주도한 특정 정파를 지목해 "이들의 합의안 반대 프레임에는 전통적인 기업별 고용안정 투쟁의 관성이 있었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정세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며 "이들의 운동이 민주노총에 관철될수록 민주노조 운동이 기업별 고용안정 투쟁에 정세와 무관하게 매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물러나면서 민주노총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두고 민주노총은 안팎의 거센 비판을 직면하게 됐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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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4, 2020 at 12:5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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